한국 4월 수출 급감…미국 관세 여파 드러나

4월 초 한국의 무역 실적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이 세계 무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보여주는 초기 신호를 제공했다.
관세 부과 직후 공개된 관세 조정 기준 4월 1일부터 20일까지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.2% 감소했다. 이는 3월의 5.5% 증가에서 급격히 반전된 수치다.
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은 각각 14.3%, 3.4% 줄었고, 반면 유럽연합(EU)으로는 13.8%, 대만으로는 22% 증가해 지역별로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.
이번 수치는 미국이 이달 초 자동차 수입에 25%, 기타 품목에 10%의 관세를 부과한 직후 발표된 것이다. 앞서 3월에는 철강 등 금속류에도 관세가 적용됐다. 이러한 조치는 한국의 수출 중심 경제가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여준다.
특히 주요 산업군이 큰 타격을 받았다. 자동차 수출은 6.5% 줄었고, 철강 제품은 8.7%, 석유류 제품은 무려 22% 급감했다. 다만 반도체 수출은 10.7% 증가해 몇 안 되는 긍정적인 지표로 나타났다.
수입도 같은 기간 11.8% 감소했으며, 이에 따라 1억 달러 규모의 무역 적자가 발생했다. 현재 미국은 한국의 여섯 번째로 큰 교역국이며,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25% 증가한 557억 달러를 기록했다.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관세 부과의 이유로 꼽은 핵심 배경 중 하나다.
한국의 대미 수출 중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, 이 부문이 특히 높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. 지난해 한국의 전체 차량 수출액 708억 달러 중 절반 가까이가 미국 시장에 집중됐다. 따라서 새로운 관세가 자동차 산업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.
이러한 상황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최상목 경제부총리를 포함한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이번 주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. 그러나 6월 3일로 예정된 한국의 총선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.
한편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.75%로 동결했지만,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.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무역 환경 악화와 정치적 불확실성을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하며, 올해 1분기에 역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.